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미니 서평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유발 하라리, 총균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 유명한 저자들과의 대화를 엮은 책이다.
기존의 어렵던 저자들 책과 달리 쉽고 빠르게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세계 석학들의 번득이는 통찰력은 느낄 수 있었다.
미중 패권싸움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는 이유로 물질이 아닌 지식 기반 경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전쟁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기 때문이라는 유발 하라리의 의견...
초고령 사회에서는 정년제를 폐지하고 고령자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여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생각...
100세 시대를 위해 여가 시간을 오락(recreation)이 아니라 재창조(re-creation)에 투자해야 한다는 린다 그랜튼의 비유..
밑줄 긋기
1장. 인류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 유발 하라리
중세 일본에서는 30년 후에 누가 천황이 될지, 또 몽골이 언제 침공할지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겠지만 30년이 지나도 천황제를 기반으로 한 무사 중심의 남성 사회가 이어지고 평균수명은 40~50세일 것이라는 계산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30년 후에 이 사회가 어떻게 될지 아예 모릅니다.
미래 고용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하고요.
더 발달한 인공지능이나 지능형 로봇이 등장하면 오늘날 존재하는 대부분 직업은 30년 내로 사라진다는데,
어떤 종류의 직업이 사라질지 전문가들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50년에 인간이 생계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수명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게 연장될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이나 보험은 설계 자체가 불가능해지지요. 즉 현행 제도는 비현실적인 가정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을 비롯해 전방위적인 패권 다툼이 일어나는 가운데 국제 정세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투키디데스의 함정: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해 신흥 강대국은 반드시 기존 패권국에 도전하고 기존 패권국이 그에 응한 결과 전쟁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데서 유래한 법칙
오늘날 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은 아직도 물질 기반 경제가 작동하는 곳들입니다.
예를 들어 중동에서는 부의 원천이 석유라는 물질 자원입니다.
그러니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납니다.
한편 지식 기반 경제를 운영하는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전쟁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큽니다.
이것이야말로 미중 갈등이 실제 전면전으로까지 확대되지 않는 진짜 이유입니다.
어떤 면에서 테러범은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파리 같은 존재입니다.
파리는 힘이 약해서 찻잔 하나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렇게 약한 파리가 도자기 가게를 부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파리는 코끼리 한 마리를 찾아내 그 귓속으로 들어가 윙윙거립니다.
그럼 코끼리는 짜증과 분노로 날뛰다가 가게 전체를 파괴하겠죠.
이와 같은 일이 최근 20년 동안 중동에서 일어났습니다.
테러 조직은 독자적으로 절대 이라크를 파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코끼리의 귓속에 들어가 화를 북돋았고 그 결과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게 되죠.
2장. 현대 문명은 지속할 수 있는가 - 재레드 다이아몬드
일반적으로 인구가 많은 것이 장점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나이지리아 인구는 일본보다 많은 2억 명에 달합니다.
한편 독일 인구는 일본의 3분의 2 정도에 불과합니다.
일본이 경제 대국인 이유는 1억 명 이상의 인구 때문이 아니라 독일처럼 창조성과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자세가 나쁜 건 아닙니다만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기뻐할 일입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고령자를 자원으로 인식하고 어떻게든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니 정년제라는 시대착오적인 제도는 폐지하고 고령자에게 고용 기회를 확보해주어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육체노동에는 부적합할지 모르나 관리자나 고문, 감독 등 고령자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문화적 단일성은 사회 내 갈등을 줄여주는 대신 창의와 혁신을 뒤처지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미국 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이민자가 과할 정도로 많은데, 그들은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합니다.
그에 반해 일본은 인구나 과학 연구 규모, 개발비 등을 고려하면 스위스나 프랑스, 스웨덴보다 노벨상 수상자 수가 적은 편에 속합니다.
일본에서 기대하는 만큼 혁신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민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와 관련 있다고 봅니다.
3장.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 닉 보스트롬
인공지능 개발의 궁극적 목적은 특정 영역에 특화된 지능이 아닌(약한 인공지능),
인간이 하는 모든 일과 지적 과제를 수행하는 범용 인공지능(강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입니다.
막상 범용 인공지능이 개발되면 인간은 어떻게 될지 지금까지 진지하게 고려한 적은 없지만요.
인공지능은 실로 비가역적인 과학기술이므로 초기 설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4장. 100세 시대는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 린다 그래튼
인생을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로 설계하는 기존의 발상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풀타임 근무나 정년퇴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더욱 세분화된 인생 단계에 따라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살게 될 거예요.
앞으로 주택, 현금, 예금 같은 유형 자산보다는 건강, 동료애, 변화에의 대응력과 같은 무형 자산이 훨씬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가 시간을 오락(recreation)이 아니라 재창조(re-creation)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가는 은퇴 후가 아니라 삶의 모든 단계에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그 시간을 학습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먼저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이나 근로자를 지원할 수 있는 규범과 제도를 마련해 실행해야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정년제 폐지가 급선무입니다.
이것만큼 시대착오적인 제도는 없습니다.
또한 평생 학습에 투자해야 합니다.
교육 대상을 3~23세 자녀에 국한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어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합니다.
5장. 기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가 - 다니엘 코엔
규모의 경제가 성장의 동력이 되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인간성을 보존하면서 성장하기란 어려운 일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런 인간을 조종하기 쉽고 통제하기 쉬운 디지털 재화로 만드는 것이 각광받는 성장 모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가 보여주는 미래는 실로 그런 발상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위 1퍼센트에게 부가 집중된다는, 일명 '파바로티 효과'가 더 심해질 것이다.
파바로티 효과란 이탈리아 테너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같은 최고의 아티스트 외의 음반은 팔리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인공지능이 앞으로 50년 동안 모든 국면에서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것은 확실하고요.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 또한 더욱 가속될 것입니다.
6장. 무엇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 조앤 윌리엄스
미국에서 사회 불평등을 연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주로 젠더와 인종에 전착합니다.
사회 계급을 연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그와 달리 저는 사회 계급을 포함해 여러 불평등 요소에 두루두루 흥미가 있었는데 그런 제 개인적인 성향이 기존에 나온 책들과 다른 결과물을 낳은 것 같습니다.
저는 여러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강화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니 그제야 사회 계급이 미치는 영향력에 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입니다.
계급의 중요성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7장. 혐오와 갈등은 사회를 어떻게 분열시키는가 - 넬 페인터
지금 미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분극화입니다.
많은 미국 국민들은 자기 나라가 다민족, 다문화 국가임을 인정합니다.
그들은 흑인에게 투표하기를 주저하지 않지요.
한편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다민족, 다문화 국가로서의 미국에 확고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국민도 있습니다.
양자 사이에는 커다란 균열이 존재합니다.
에필로그
세계 최고의 지성이라고 하는 그들의 예리한 논리는 같은 방향을 향하기도 하고,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기도 한다.
가령 인공지능이 초래할 사회 변화에 대해 유발 하라리는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한다'고 우려한 반면
닉 보스트롬은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이상적인 상황이 실현된다면 인간은 더 많은 여가를 누릴 수 있다.'며 낙관했다.
뛰어난 석학들조차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는 이런 어려운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여덟 거장 모두에게서 받은 공통된 인상은, 그칠 줄 모르는 지적 탐구, 과거와 현재에 관한 솔직한 고백, 그리고 대담한 고찰이다.
그들과의 대화는 늘 새로운 발견으로 넘쳐났고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실제로 미래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곧 미래를 위한 사고이며 이 사고로부터 탄생하는 의지 자체가 곧 미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