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독서

불안한 사람들 - 프레드릭 배크만 장편소설

루키~ 2022. 1. 31. 13:00

미니서평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을 처음 읽어 봤는데 재미있네요.

다양한 등장인물에 이야기 소설 배경이 다리, 경찰서, 은행, 아파트 등 여기저기 왔다갔다 해서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는데 다 읽고 나서 보니 모두 연결된 내용이었네요. 

책 제목처럼 불안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불안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의지해 보완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아파트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콤플렉스와 번민과 불안이 있었다. 로게르는 상처받았고 안나레나는 집에 가고 싶었고 레나르트는 토끼 탈을 벗을 수가 없었고 율리아는 피곤했고 로는 걱정스러웠고 사라는 고통스러웠고 그리고 에스텔은 ... 음 ... 아직 아무도 에스텔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어쩌면 그녀 자신조차 잘 몰랐다.

 

결국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야크의 어머니가 해 주신 다음 말이 아닐까 하네요. "칼에 맞지 않게 하느님이 보호해주지는 않으시지. 그래서 하느님이 다른 사람들을 주신 거야, 서로 보호하면서 살 수 있게."

책을 쓰게 된 배경이 궁금했는데 친절하게도 옮긴이의 말에 써 있더군요

15년 전에 강도 사건 현장에서 다리에 총을 맞은 뒤로 심리치료를 계속 받다가 2017년 가을의 어느날 바닥을 찍었을 때 불안을 주제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모르는 게 없어 보이는데 나 혼자만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듯한 불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그저 버텨나가는, 자기처럼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인생에서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찾아오는 실패감과 공허감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등장 인물 중 가장 시크해 보였던 사라는 심리치료를 받을 당시 자신의 모습에서 착안한 인물이라고 하네요. 

감사의 말에 에스텔을 통해 인용한 작가에 대한 설명이 나오네요. 특이해서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죽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J.M.배리: 죽는 것도 정말 짜릿한 모험이 될 거야(피터팬)
찰스 디킨스: 세상에서 폭소와 유쾌한 분위기 만큼 불가항력으로 전염성이 강한 것은 없다
조이스 캐럴 오츠: 외로움은 굶주림과 같아서 뭘 먹기 시작한 다음에라야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알 수 있다
칼릴 지브란: 아이들은 당신의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의 간절한 바람이 빚은 아들과 딸들
윌리엄 셰익스피어: 우리 눈에 보이는 저 불빛이 나의 집 현관에서 이글거리고 있구나. 저 조그만 촛불이 얼마나 멀리까지 빛을 비추는가! 그러니 이 타락한 세상을 선행으로 비추자꾸나
레오 톨스토이: 우리는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는 잠들어 있는 셈이다
보딜 말름스텐: 사랑은 당신이 존재하길 바란다 "그대에게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온갖 일들이 그대에게 벌어질 테고 모두 멋진 일일 것이다!"

밑줄긋기

선배는 경찰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후배는 일을 옳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럴 해저드란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더라도 그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되도록 보호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바보 둘이 빠개지려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데 나무 몸통에 가까운 쪽이 톱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요". "고객님이 나무 몸통에서 멀리 앉아 있는 쪽이에요. 은행이 나뭇가지를 잘라서 자기 목숨 줄을 챙기려 하고 있고요. 은행 측에서는 잃은 돈이 없어요. 고객님이 바보처럼 그들 손에 톱을 쥐여주는 바람에 고객님 돈만 날렸지."

"이래저래 충돌하는 경우가 많으신 모양인데요. 발끈하기 전에 이 세 가지를 자문해보는 걸 추천할게요. 하나, 문제의 그 사람이 나를 해체려는 의도에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둘, 그 상황과 관련해서 내가 모르는 부분은 없을까. 셋, 이렇게 부딪침으로써 얻는 소득이 있을까."

"이것 보세요,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어요. 어쩌다 보니 저절로 중역 회의실 상석에 앉은 사람은 없다고요." "그리고... 이겨야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그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겠죠? 돈을 어떤 데 쓰세요?"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를 사는 데 쓰죠." "비싼 음식점은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요. 비행기 1등석은 가운데 자리가 없고요. 특급 호텔에는 스위트룸 고객들이 드나드는 출입문이 따로 있죠.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이 남들과의 거리예요."

불안에서 놓여날 길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는 거의 모두가 같은 질문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잘하고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자부심을 선사하고 있을까? 나는 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일까? 나는 일을 잘할까? 마음이 넓고 배려심이 있을까? 괜찮은 녀석일까?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지금까지 좋은 부모였을까? 나는 좋은 사람일까? 

불안의 가장 인간적인 측면이 뭔가 하면, 우리가 혼돈을 혼돈으로 치료하려고 한다는 점이에요. 파국적인 상황으로 빨려 들어갔을 때 거기서 철수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다들 전보다 더 빠르게 계속 달리려는 성향을 훨씬 많이 보여요. 남들이 벽에 부딪히는 걸 보면서도 정작 우리는 그 벽을 무사히 관통할 수 있길 기대해요. 그 벽에 가까워질수록 믿기지 않는 해결책인 기적적으로 우리를 구원할 것라는 확신이 점점 커지지만 그동안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두 충돌을 기다리고 있죠."

"카지노 직원이 그랬어요, 돈을 잃어서 망가지는 사람은 없고 잃은 돈을 다시 벌려다 망가지는 거라고, 그런 뜻에서 하시는 말씀인가요?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붕괴된 게 그래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