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 - 생각의 역사를 뒤집는 기막힌 발견
미니서평
클루지(Kluge)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설계가 나쁜" 측면에서 책에서의 클루지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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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美속어 [한정용법]
(컴퓨터 시스템이) 뒤엉킨, 설계가 나쁜.
개리 마커스는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그는 먼저 '진화'의 관점에서 시작한다.
우리 몸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진화를 통해서 서툴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효과적으로 우리의 몸은 발달해 왔다는 것이다. 즉, 우리 몸은 클루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기억, 신념, 언어, 마음도 클루지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이를 증명한다.
우리의 마음이 클루지라면 설계가 잘못되어 있더라도, 우리가 성장하면서 놀라울만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쉽게 마음이 상하고 다치는 스스로를 보면서 클루지에 더욱 관심이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해 책 마지막에 서술되어 있는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을 한번 정리해본다.
1.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2.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3.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4.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5.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6.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7.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8.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9.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10.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11.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12.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13. 합리적으로 되도록 노력하라
밑줄긋기
우리의 마음이 클루지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상자' 밖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최선의 과학은 최선의 공학과 마찬가지로, 종종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이해하는 것보다 사물이 어떻게 달리 존재할 수도 있었을까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나는 이것을 '진화의 관성'이라 부르고자 한다. 뉴턴의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정지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는 경향이 있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진화는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에 수정을 가하면서 작업하는 경향이 있다.
우편번호 기억 대신에 우리는 일종의 '맥락 기억'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어떤 것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기 위하여 맥락이나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를 넌지시 알려주는) 단서를 사용한다.
911 사태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처럼 아주 중요한 사건을 체험했을 때 형성되는 생생한 기억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비록 본인은 자신의 기억이 여전히 정확하다고 믿을지 몰라도 실제로 기억의 구체적인 내용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희미해진다. 아쉽지만 확신이 정확성의 척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신은 전반적으로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은 지난달에 데이트를 몇 번 했습니까?"
행복에 관한 질문을 먼저 들은 집단에서는 사람들의 대답 사이에 상관관계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질문의 순서를 뒤바꾸자 사람들의 초점은 분명하게 낭만에 맞추어졌다. 데이트에 관한 질문을 먼저 받은 경우에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데이트 횟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다니엘 카너먼 은 1에서 100까지의 숫자가 적힌 원판을 돌리면서 피험자들에게 이 원판 돌리기의 결과와 아무 상관이 없는 질문을 던졌다.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몇 퍼센트인가요?" 참가자들의 추정치는 원판의 숫자에 따라 큰 영향을 받았다. 원판의 숫자가 10이었을 때 유엔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대답은 평균적으로 25퍼센트였다. 그러나 원판이 65를 가리켰을때 대답은 평균 45퍼센트였다. '닻 내림과 조정'이라고 알려진 이 현상은 여러 곳에서 관찰된다.
오염의 또다른 원천은 일종의 편리한 사고방식, 곧 사람들이 자신에게 친숙한 것을 좋은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다. 사람들은 한자 같은 것을 평가하라고 하면, 처음 보는 글자보다 이전에 보았던 글자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주제가 무엇이든 우리의 신념을 위협할 만한 것보다 우리의 신념에 잘 들어맞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우리가 어떤 이론을 믿고 있다면, 그것을 위협할지도 모를 증거보다 그것을 지지하는 증거가 우리 눈에 더 잘 띄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것을 잘 살피려면 당연히 해당 주장의 양면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대안을 고려하기 위해 일부러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우리는 자신이 받아들이는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 증거보다 그것과 일치하는 증거를 더 잘 떠올릴 것이다.
스피노자의 생각은 사람들이 "모든 정보를 이해와 동시에 먼저 받아들이고 ... 틀린 정보는 ... 나중에야 물리친다."는 것이다. 그밖에 다른 연구들도 사람들이 어수선한 조건이나 시간 압박을 받을 때, 거짓된 것을 더 자주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할 때, 우리는 우리가 접하는 생각을 자동적으로 믿는다는 얘기다.
과연 신념은 우리가 참이라고 아는 것일까 아니면 참이기를 바라는 것일까? 우리는 이 둘의 차이를 말하기가 종종 쉽지 않다.
심리학자들이 수의 '근사 체계'라고 부르는 것을 지니고 있어서 많은 것과 적은 것을 구별한다. 그리고 이 체계는 다시 '비선형적'이라고 하는 독특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1과 2의 차이가 101과 102의 차이보다 주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뇌의 많은 부분은 베버의 법칙으로 알려진 이 원리에 따라 제작되어 있다.
우리의 뇌는 가격과 가치를 혼동한다.
언어라는 잡탕 안에는 특이 사항들의 주요 원천이 되는 적어도 세 가지 충돌이 발견된다. 우리 선조들이 소리 내는 방식과 우리가 이상적으로 소리 낼 수 있는 방식 사이의 간극, 우리의 단어들이 영장류의 세계 이해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는 점, 우리의 결함 많은 기억 체계가 위급할 때는 잘 작동하지만 언어를 위해서는 그다지 적당하지 않다는 점 등 세 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프로이트라면 이런 모든 자기기만을 그가 '방어기제'라고 부르는 것의 예로 보았을 것이다. 나는 이것들을 동기에 의한 추론이라고 본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일단 실패하면 우리는 언제나 거짓말하고 감추고 합리화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는 대부분 자기가 평균보다 더 똑똑하고 더 공정하고 더 인정 많으며 더 신뢰할 만하고 더 창조적이라고 생각한다.
뒤로 미루는 행동은 우리의 인지적인 '설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결함을 뚜렷이 드러내준다. 그것은 바로 목표를 세우는 장치와 어떤 목표를 좇을지를 결정하는 장치 사이의 간격이다. 우리가 뒤로 미루고 싶은 유혹을 가장 크게 느끼는 과제들은 일반적으로 두 조건을 충족한다. 하나는 우리가 그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꼭 지금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울증의 일부 원인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것들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종종 우울의 악순환에 빠지는 데 있다.
헤리 스토틀마이어의 에세이와 '어린이를 위한 철학' 커리큘럼은 심리학자들이 '메타인지'라고 부르는 것의, 다시 말해 지식에 관한 지식의 진정한 예를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자기가 아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성찰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우리는 세계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를 의미심장하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