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독서

서울의 선인 - 의인과 선인은 무엇이 다를까?

루키~ 2026. 8.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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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으로 잘 알려진 김호연 작가의 신작 소설 '서울의 선인'을 읽었다.
처음 읽기 시작하면 천사가 서울의 ‘의인’을 찾아다니는 조금은 엉뚱하고 유쾌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이 소설이 단순히 “서울에 아직 의인이 존재하는가?”​를 묻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 책의 핵심은 이런 질문에 가까워 보였다.
과거에 의로운 행동을 했던 사람이 이후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사람은 다시 선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김호연 작가의 이전 작품인 '불편한 편의점'도 인상 깊게 읽었는데, 당시의 감상은 불편한 편의점 독후감에 남겨놓았다. 
불편한 편의점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을 이야기했다면, '서울의 선인'에서는 말이나 생각보다 결국 행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서울에 의인 한 명만 있으면 된다

북한산 아래에서 20년째 철물점을 운영하는 김재근 앞에 어느 날 자신을 천사라고 주장하는 재미교포가 나타난다.
이름은 ‘성스러운 가브리엘’, 일명 성갑이다.
성갑은 타락한 서울이 곧 멸망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서울에 아직 의인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천벌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한다.

재근에게 이 이야기가 전혀 관계없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과거 제1회 서울 의인상 수상자였기 때문이다.
급전이 필요했던 재근은 결국 성갑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과거 서울 의인상을 받았던 사람들을 한 명씩 찾아 나선다.
하지만 과거에 의인으로 불렸던 사람들이 현재에도 여전히 의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재근이 만나는 사람들의 현재 모습과 성갑의 진짜 정체,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왜 ‘서울의 의인’이 아니라 ‘서울의 선인’일까?

책을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이야기 속에서는 계속 ‘의인’을 찾는다.
누가 진짜 의인인지 확인하고, 과거 의인상을 받은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책 제목은 '서울의 의인'이 아니라 '서울의 선인'이다.
그렇다면 의인과 선인은 무엇이 다른 걸까?
의로운 행동을 한 번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선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반대로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앞으로 선한 행동을 할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 재근 역시 과거에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던 의인이었지만, 이후 잘못을 저질렀다.
흥미로운 점은 재근이 자신의 과거를 변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단순한 실수였다고 포장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지도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 책이 말하는 ‘선인’​은 완벽하게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잘못까지 포함한 현재의 자신을 정확하게 인정하고, 그럼에도 다시 선한 선택을 하는 사람
어쩌면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선인에 더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선함은 생각보다 행동에 가깝다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행동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은 얼마든지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좋은 말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행동해야 한다.

그거 아나? 사람이 말로 하는게 제일 쉬워.
그다음이 글이야. 
글도 처음엔 쓰기 어렵지.
쓰다 보면 글로 사람 속이는 것도 쉽다고.
제일 힘든 게 행동이야. 
행동은 직접 제 몸뚱어리 움직여야 한다고.
책임 소재도 바로 드러나고.
말이나 글은 번복하기도 좋고 속이기도 좋잖아.
근데 내가 직접 한 행동은 번복할 수가 없어.
바로 책임으로 돌아온다고.
-- 미암이발소 소장님이 주인공 김재근에게 한 말

김호연 작가의 소설은 문장이 어렵지 않고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돼 부담 없이 읽힌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오랜만에 어렵지 않게 읽으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남는 따뜻한 소설 한 권을 읽었다.
책을 덮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