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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2014.05.26 ~ 2014.06.29

미니서평

고전이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읽어보는 연예소설이었다. 

한달여 기간동안 1/3도 못 읽었던 책을 이번 주말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잘 되기를 얼마나 바랬던지.. ^^


헤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에 마지막까지 즐겁기는 했지만 

방송 드라마의 신데렐라 이야기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것은 책 전반에 흐르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 때문이 아니었을까?


특히 '오만과 편견'에는 등장인물들의 인상과 태도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자세히 나온다.  

이것은 독자들이 첫 인상으로 등장인물들을 미리 판단해 보라는 것 같았다. 

'첫 인상으로 사람을 미리 단정지어 버리는 것..' 이것이 바로 편견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최초 제목도 첫인상이었다고 한다. 작품을 완성할 때, 제인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으로 제목을 바꾸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나 사실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되면 

그 편견을 증명하기 위한 것들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바로 법륜 스님이 금강경에서 이야기한 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스스로가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누구나 옳다고 믿는 것에 한번쯤 의구심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항상 의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동일할지도 모르겠다. 


오만은 조금 다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연 오만은 자만심인가? 허영심인가? 

저자는 "오만은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만약 오만이 자만심에 가깝다면 스스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오만의 반대는 겸손이라 할 수 있다.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에서 리더의 자질 중 하나로 겸손을 이야기하면서 

창문과 거울에 대한 예를 들었다. 


단계 5의 리더들은 일이 잘 풀릴 때에는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자기 자신 외의 요인들에 찬사를 돌린다. 

그리고 찬사를 돌릴 특별한 사람이나 사건을 찾을 수 없을 경우에는 행운 탓으로 돌린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고 결코 운이 나쁜 걸 탓하지 않는다. 


겸손이 미덕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때로 오만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항상 오만하지만 않다면 말이다. 



밑줄긋기

"오만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흔한 결함이야." 메리가 자신의 깊은 사고력을 뽐내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바로 미루어 볼 때, 오만이란 실제로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제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은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아무 누구도 그런 약점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요. 

그러나 저로서는 너무 똑똑한 게 오히려 웃음거리를 제공하게 되는 그런 약점을 피하는 걸 평생의 과제로 삼아왔습니다."

"허영이나 오만 같은 것 말씀이군요."

"맞았어요. 허영은 진짜 결점입니다. 그러나 오만은 ......

진정으로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라면 늘 그것을 잘 통제하기 마련이고, 

그건 오만이라기보다 자긍심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콜린스 씨는 분별력 있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교육이나 교제를 통해 타고난 결점을 개선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 

그는 헌스퍼드의 목사 자리가 비었을 때 때마침 운 좋게도 캐서린 드 버그 영부인에게 추천되었다. 

그 바람에 그는 영부인의 높은 지위에 대한 존경심과 후원자인 그녀에 대한 숭배에, 자만심, 

성직자로서의 권위 의식, 그리고 교구 목사로서의 권리 등이 마구 뒤섞여 오만과 아첨, 잘난 체와 비굴함의 혼합물이 되었다. 


"아주 불행한 선택이 네 앞에 놓여 있다. 엘리자베스. 

오늘 이후로 너는 부모 중 한 사람과 남남이 되어야 한다. 

네가 콜린스 씨하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너를 다시는 안 볼 것이고, 

만일 네가 그 사람하고 결혼을 한다면 내가 다시는 너를 보지 않겠다."


"내 말을 안 믿는구나." 제인이 약간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이야, 못 믿을 이유가 없어. 그 분이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람으로 기억될 수는 있겠지. 

그렇지만 그게 다야. 

바랄 것도 겁낼 것도 없고 그를 욕할 일도 없어. 천만다행이야!

배신의 고통 같은 건 없으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지."

목소리에 더 힘을 주며 그녀가 곧 덧붙였다. 

"이 점에 있어선 정말 다행이야. 내 쪽에서 착각한 것 이상은 아니라는 것 말이야. 

그리고 나 자신 이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안 줬다는 것도."


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다아시를 생각하든 위컴을 생각하든 자기가 눈이 멀었고 편파적이었으며 편견에 가득 차고 어리석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행동이 그렇게 한심했다니!" 그녀는 외쳤다. 

"변별력에 대해서만큼은 자부하고 있던 내가! 

때때로 언니가 너무 너그럽고 솔직하다고 비웃으면서 쓸데없이 남을 의심함으로써 허영심을 만족시켰던 내가!

이제야 깨닫다니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하지만 창피해하는 게 당연하지!

사랑에 빠져 있었다 해도 이보다 더 기막히게 눈이 멀 수는 없었을 거야. 

그렇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이었어.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해서 기분이 나빴고, 

다른 한 사람은 특별한 호감을 표시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난 두 사람에 관해서는 선입관과 무지를 따르고 이성을 쫓아낸 거야. 

지금 이 순간까지 난 나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거야."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자면, 전에도 가끔씩 느낀 바지만, 

조바심치며 기대했던 일이 일어나더라도 예상한 만큼의 만족을 오롯이 얻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진짜 행복의 출발점으로 다른 시기를 지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의 소망과 희망이 이루어질 그 시점을 정하고, 

다시 그것을 기대하는 즐거움을 누림으로써 현재의 자신을 위로하고, 

또 다른 실망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편지에 따라 다니는 불쾌한 상황은 모두 잊어야지요. 제 철학 가운데에는 이런 것이 있어요. 

기억하기에 즐거운 과거만 생각하라는 것."

"그런 종류의 철학이라면 전 신뢰하지 못하겠습니다. 

당신이야 아무리 되짚어보아도 비난받을 일이 하나도 없으니. 

거기서 얻는 만족감은 철학(앎)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철학보다는 이게 훨씬 낫지요. 그렇지만 저는 달라요. 

물리칠 수도 없고, 물리쳐서도 안 되는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끼어드니까요. 

평생토록 저는 원칙에서는 아닐지라도 현실에서는 이기적인 인간이었어요. 

어린 시절에 옳은 것이 무엇이라는 가르침은 받았지만, 

제 성격을 고치라는 가르침은 못 받았어요. 

훌륭한 원칙들을 가지게 되었지만 오만과 자만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실행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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