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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서평

총,균,쇠(Guns, Germs, and Steel)는 제레드 다이아몬드 박사가 1998년 퓰리처 상을 받은 명저로 잘 알려져 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 과학적인 탐구와 분석을 보면서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이런 책을 이제야 봤다는 점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두께만큼이나 읽고 난 후 마음도 꽉 찬 느낌이다. 

 

총,균,쇠는 뉴기니인인 얄리의 작은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과연 인종 차별적인 이런 질문이 맞는 것일까?

 

백인들은 태생적으로 우월해서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고, 

흑인들은, 아프리카 원주민은, 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은.. 선천적인 이유로 피지배인이 될 수 밖에 없었을까?

 

총,균,쇠의 진정한 가치는 이런 문제를 철저한 분석에 기반해서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언어학적인 분포, 식물의 작물화, 대형 포유류의 가축화, 그리고 인구 증가... 

 

저자는 이런 차이가 현재 지구상의 부국과 빈국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는 관점에서 설명한다. 

 

실제로 유라시아가 발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남북 축과 달리 동서축으로 발달되어 

서로의 작물과 가축을 기후 변화없이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 언어학적인 분포와 식량 생산의 기원을 바탕으로 한 분석도 상당히 논리적이다. 

 

식량 생산을 하면서부터 정착하게 되고, 정치/종교에 투자할 수 있는 잉여 자원도 생긴다. 

그리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점점 더 발전해 나가게 된다.  

 

식량 생산의 차이도 생물학적인 차이가 아닌 환경적인 차이에서 발생한다. 

바로 작물화 할 수 있는 야생 먹거리, 가축화 할 수 있는 대형 포유류의 숫자가 그 차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은 동서의 동일한 위도를 가지고 있어 서로의 문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지만, 

아프리카, 아메리카는 남북으로 뻗어있고 사막이나 산맥에 가로막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여기에 대형 포유류의 가축화로 새롭게 나타난 병원균은 정복 전쟁에 있어 총,대포보다 더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고...

늘어난 인구에서 비롯된 국가의 발전, 기록을 위한 문자의 개발, 정치, 종교 등이 점차 격차를 벌려 나갔다는 것이다. 

이를 폴리네시아부터 시작해서 오세아니아,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사례부터 동아시아와 중국 문화까지.. 

그리고 추가 논문에는 일본을 다루면서 한국에 대한 언급도 자주 나온다. 

(실제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한글 문자의 우수성에 대한 논문을 1994년 미국 과학 전문지 디스커버에 싣기도 했다.)

 

결국 운이 좋았기에 유라시아인들이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를 굴복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박사의 논리대로 다음 주제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왜 일본에게 굴욕적인 역사를 가지게 되었을까?"

책에 따르면, 우리만의 문화 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한다. 

초기 중국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유럽에게 밀리게 된 원인으로 이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문물이 들어올 때의 쇄국정책이라는 악수가 결국 일본의 총/칼에 한반도를 짓밟게 만든 이유가 아닐까?

반면 일본은 미국에 침범당한 이후, 메이지 유신으로 빠르게 그 문명을 받아들임으로써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펴보면, 

과연 우리는 "어떤 정책을, 어떤 기술을, 어떤 총, 균, 쇠를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까?" 생각해야 한다.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베트남의 한 개발자가 Flappy Bird라는 게임 하나로 유명세를 타는 것처럼.. 

이제 지리적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환경적 차이가 남아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환경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책에서 언급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동식물의 작물화와 가축화에 대한 사례로 든 설명이지만,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에 따르면

현재 환경적 요인들을 파악하고 수많은 실패 원인들을 모두 피할 수 있어야 비로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톨스토이의 위대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이 문장에서 톨스토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결혼 생활이 행복해지려면 수많은 요소들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것어었다. 

즉 서로 성적 매력을 느껴야 하고 돈, 자녀 교육, 종교, 인척 등등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에 필요한 이 중요한 요소들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그 나머지 요소들이 모두 성립하더라도 그 결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법칙을 확대하면 결혼 생활뿐 아니라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흔히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 원인들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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