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트라인 - 보이지 않는 균열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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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트 라인"이라는 용어를 이 책에서 처음 들었다. 경제학 용어가 아닌 지질학 전문 용어라고 한다. 

지각은 거대한 바다와 대륙으로 이어진 텍토닉 플레이트(tectonic plate)라는 지각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아래 맨틀이 움직이면서 서로 다른 판들이 접촉하거나 서로 충돌하는 일이 벌어진다. 

서로 다른 판들이 접촉하거나 부딪힐 때, 판의 끝 쪽이 부서지거나 꺽이면서 엄청난 압력이 발생한다. 

그 압력으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지진이고, 지진이 발생하는 그 판의 접촉면을 우리는 폴트 라인이라고 부른다. 

라구람 라잔은 "폴트 라인"을 통해 경제의 지진을 발생시키는 원인들을 미국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경제 위기의 원인들을 살펴보고 저자가 생각하는 해결방안도 이야기한다. 

라구람 스스로 당연한 이야기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문제제기"만 하는 책들과 비교해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그리고 그 방안이 앞의 문제제기와 일맥 상통하도록 꾸며진 부분에서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은 소득 불평등

먼저 "라구람"은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 소득 불평등에 있다고 했다.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유권자의 불만이 커지자  정치권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주택 금융 확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압력이 금융 산업의 대출 분야가 크게 왜곡되는 현상을 가져왔고, 결국 심각한 단층선, 즉폴트 라인을 형성한 것이다. 

가계 대출 확대를 통한 주택 보유율 증대는 소득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인식을 가장 쉽고 빠르게 심어줄 수 있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소득  불평등은 어떻게 해결할까? 

소득 불평등은 교육의 불평등에서 나오기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기회 향상을 위한 노력 - 예를 들면, 빈곤층 자녀에게 양질의 유치원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 등 - 의 정치경제적 비용은 지금 당장 지불해야 하는 반면, 이러한 정책의 효과는 시간이 한참 지난 미래에 나타난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뿐 아니라 정치인들이 이와 같은 정책에 관심을 갖도록 설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경제 위기로 정부 재정이 극도로 궁핍한 시기에 이런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리고 저자는 후반부에서 정치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여기에서 "라구람"이 말하는 정부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원래 정부의 역할은 민간 분야의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이다. 

공공의 안전은 제대로 확보되는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계약은 제대로 법에 따라 실행되고 있는지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역할을 본래 목적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고, 즉 권력의 중립성과 투명성이 필요하다. 


미국의 취약한 안전망

선입견일수도 있지만 미국인들은 처음 만나면 매우 친절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깊게 사귀기는 힘든 편이다. 

반면에 아시아인들은 처음에는 서먹서먹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이를 '라구람'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미국 기업은 사업적 관계, 즉 공급 업체, 은행, 고객, 직원 사이에서는 제삼자적 관계를 유지하며, 생각과 행동은 혁신적이고 급진적으로 변화하며, 좋게든 나쁘게든 동료를 평가할 때에는 냉정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유럽과 일본의 기업은 공급 업체, 은행, 고객, 직원 사이에서는 장기적 관계를 중요시하며, 생각과 행동은 점진적으로 변화하며, 고통이든 이익이든 동료와 함께 나누려 한다. 

그런 점에서 유럽과 일본의 기업은 법적 계약서보다는 장기적인 인간관계를 훨씬 더 중시한다. 

장기적인 인간관계보다 사업적 관계를 중시하면서 미국은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하다고 한다. 

유럽의 복지국가들과 달리 의료보험부터 미국은 실업자에게는 살기 어려운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그 배경에는 미국이 "기회의 나라"라는 가치 때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지금도 상당수 미국인에게는 이 믿음 - 미국은 사실상 무한한 기회의 나라이며, 열심히 노력하는 자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자는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믿음 - 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복지 혜택을 제공해주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꼼짝달싹 할 수 없는 빈곤층의 경우 기회와 계층 이동 가능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지금은 중산층에서도 이런 의식이 확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뇌리 깊은 곳에 뿌리박혀 있는 의식은 여전히 전반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경기침체기가 오면 미국은 고용 창출,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을 급하게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미국 근로자들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깊어지면 먹고살 방법이 없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복지에 대한 투자를 기피해왔다. 

그 결과 실업 급여를 포함한 국가 안전망이 매우 취약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는 상황 변화에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되었다.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은행은 대출을 해주지 않았고, 

벤처 자본도 투자한 신생 회사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곧바로 자금을 빼버렸다. 

기업은 언제라도 문을 닫을 수 있고, 그 회사의 자산을 청산해 더 유용한 분야에 재투입했다. 

금융권의 비도덕성

그리고 저자는 폴트 라인이 순전히 이익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금융 산업을 어떻게 더욱 비도덕적으로 만들고, 

비도덕적 금융권이 단체로 어떻게 모기지 대출의 질을 떨어뜨렸는지 설명한다. 


은행권은 '꼬리 리스크(tail risk)'를 주로 감수한다고 한다. 

실제로 리스크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적어 리스크 전체 중에서도 맨 꼬리 부분에 위치한 데서 비롯한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만약 이 "꼬리 리스크"에서 위험이 발생하면 국가  아니 세계 전체의 경제 위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은 실적 위주의 인센티브, 그리고 거대한 경제 위기시 정부가 보조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이러한 "꼬리 리스크"를 계속 감수하고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볼 때 시장은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사람에게는 보상을 해주고, 

지나친 리스크를 떠안으려는 사람에게는 벌을 내려야 옳다. 

그러나 실제로 꼬리 리스크는 두 가지 이유에서 컨트롤하기 어렵다. 

첫째, 꼬리 리스크에 올라탄 사람조차도 직접 눈앞에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것을 파악하기 어렵다. 

둘째, 꼬리 리스크에 올라탄 은행이 많을 경우, 최악의 사태가 발생해도 정부가 개입해 후유증을 최소화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오히려 꼬리 리스크에 더 적극적으로 매달린다. 

특히 다음 글과 같이 실적을 위해 가장 중요한 '리스크 매니저'를 홀대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리스크 매니저를 대우하고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했던 JP 모건의 이야기도 참조할 만 하다.

나는 대형 은행의 리스크 매니저와 학자들이 함께했던 2007년 봄의 어느 모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 모임에서 우리 학자들은 대형 은행의 리스크 매니저라는 사람들이 주택 시장 붕괴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염려하지 않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그럴 수있는지 궁금해서 계속 질문을 던졌지만 신통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다만 배테랑 리스크 매니저라고 소문난 한 인물로부터 쉬는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리스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사람들은 진즉에 다 잘렸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이 방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위험이 극을 달리는 순간 그 위험한 행동에 제동을 걸어야 할 CEO가 오히려 그런 역할을 할 사람들의 목을 모두 쳐버렸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회사의 사활을 꼬리 리스크에 걸도록 만든 금융 기관의 CEO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야 옳을 것이다. 

JP 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JP 모건이 고수익 MBS에 지나치게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것을 경계하고, 

2006년 초부터는 이 사업에서 아예 발을 뺐다. 

그는 회사 직원들에게 늘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는 대차대조표에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요새를 쌓아야 한다! 

지금의 비즈니스 사이클이 변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매 5년을 주기로 틀림없이 나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경계 태세와 더불어 다이먼은 리스크 매니저의 연봉을 인상했다. 

그 결과 유능한 인재들이 이 자리로 달려들었고, 그는 리스크 매니저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여러가지를 이야기 하지만

금융계의 인센티브, 그리고 정부 개입시 금융기관의 책임 부여를 위한 "생전 유언"이 기억에 남는다. 

대형 은행의 계열사나 부서가 그룹 CEO와 리스크 매니저조차 잘 모르거나 

이해하기 힘든 높은 리스크 투자에 비밀리에 매달리는 것을 억제하는 방법 중 하나는 고객 예탁금을 받아 거액의 수익을 낼 경우, 

그에 대한 성과 보너스를 고객 예탁금을 받은 바로 그해에 전액 지급하지 말고 일부만 지불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그렇게 상당액의 보너스를 은행이 갖고 있다 혹시 문제가 발생하면 손실액을 그것으로 보전하면 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문제된 은행을 신속하게 분석하는 것이 악몽처럼 끔찍한 일이기 때문에 정부는 차라리 공적 자금을 투입해 구제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것이 유일한 실용적 방안이라 할지라도 앞으로는 금융 기관이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모든 SIFI가 정기적으로 규제 당국과 만나 '생전 유언(living will)'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융 개혁으로 세계 경제 위협 요소를 제거

모든 개혁의 핵심은 결국은 "공개"라는 점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1922년 루이스 브랜데이스 대법원 판사가 쓴 편지를 읽어보면, 금융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사악한 조건 또는 부도덕한 관행을 고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믿지 말라. 

그리고 법을 지나치게 믿거나 의존하려고 하지 말라. 

처방 차원에서 탄생한 제도는 적의 손아귀에 들어가기 쉬우며, 오히려 탄압의 도구로 사용되기 쉽다."

문제 해결책으로 브랜데이스가 제시한 것은 '공개(publicity)'이다. 

이를테면 오늘날 우리가 '투명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회적, 산업적 질병의 처방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공개이다. 

햇볕은 최고의 소독제가 될 수 있고, 전등은 가장 효과적인 경찰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월가의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는다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금융과 관련해 월가 출신 인물이 정부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행도잉 좌우되는 이런 현상을 정실 자본주의라는 말보다 

더 잘 표현해주는 단어는 '인지 포획(cognitive capture)'이라는 용어라고 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유착 관계는 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경제 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단순하게 현상 유지만 하자는 의견에 저자는 반대한다. 

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급속히 변화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제자리를 지키는 것은 오히려 미래에 불안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상 유지를 꾀하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쟁과 혁신을 모색하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적절한 경쟁과 혁신을 모색하는 것은 다양성, 위기로부터의 신속한 회복, 역동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주요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한쪽면만 보지 말고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만 존재해서는 안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신용은 기회를 얻는 열쇠이며 자신한테 정당하게 주어진 소비의 수단인 반면, 

부채는 죄악이며 있지도 않은 미래를 저당잡히는 무모한 행동이라는 사고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역사에 따라 이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이 계속 공존해왔다는 것이다. 

대출을 신용으로 보는 의견은 보통 경제 붐이 일 때 그리고 불평등이 증대될 때 크게 세를 얻었으며, 

반대로 대출을 부채로 보는 시각은 경기가 침체될 때 그리고 잃었던 제정신이 돌아오거나 어차피 계층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세를 얻곤 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영국에 정착한 버나드 맨더빌은 1714년 <꿀벌의 우화: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을 통해 맨더빌이 지적하고자 했던 간단한 논리는 어떤 경제가 근면절약하면서 저축만 하는 사람들로 꽉 차게 되면 

그 경제는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도 소비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근검절약을 예찬하고, 돈 빌리는 행동을 악덕인 양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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