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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님의 "언어의 온도"는 글로써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기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가끔은 "나는 지금 행복한가?" 자문하지만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위 글에 대입해서 "나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로 바꿔보니 

나의 메마른 감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항상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정말 바쁜 것인지, 아니면 '바쁘다'는 걸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것인지..."

이 책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바늘과 같이 콕 찌른다. 


평소에 말이 많아 실속이 없는 나에게 다음 문구도 와 닿았다.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내 휴대폰 전화번호에 한 번 만나본 사람들의 연락처로 가득 차 있다. 

오랜 친구들도 자주 연락하지 않으면서.. 왜 이렇게 많은 연락처가 있는지.. 


한두 번 대화를 나누거나 우연히 겸상한 뒤 "그 친구 말이야" "내가 좀 알지"라는 식으로 쉽게 내뱉는다. 

하지만 제한된 정보로는 그 사람의 진면목은 물론 바닥도 알 수 없는 법이다. 

상대의 웃음 뒤 감춰진 상처를 감지할 때,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 뿐 아니라 싫어하는 것까지 헤아릴 때 

"그 사람을 좀 잘 안다"고 겨우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직장에서 흔히 듣는 말~ "원래 그렇다"

이에 대한 저자의 명쾌한 해석을 듣는 듯 했다. 

 

"원래 그런 거라니까!"

신통한 문장이다. 마법의 지팡이 같은 이 한마디가 모든 상황을 단번에 정리한다. 

상대가 아무리 얼토당토 않은 궤변을 쏟아내도 웬만해선 토를 달 수 없다. 


"원래 그렇다"는 표현에 익숙한 우리는 질문에도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수업 시간만 해도 그렇다. 

교사도, 학생도 질문을 독려하지 않는다. 

질문도 안 했는데 답을 먼저 가르쳐준다. 그래서 답만 열심히 외운다. 


질문만으로 현실의 문제를 일시에 해소할 수는 없다. 

다만 질문은, 답을 구하는 시도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좋은 질문은,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게 한다. 

그리고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발판인지 모른다. 

질문의 힘은 많은 책에서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적절한 질문을 하지 못해 헤메는 걸 보면 질문은 정말 어려운 듯하다.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

샘 혼의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에 보면, 

"하지만"은 갈등을 깊게 하고, "그리고"는 갈등을 예방한다고 나와 있다. 

이 책에도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사과의 질을 떨어뜨리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하지만'이다. 

'~하지만'에는 '내 책임만 있는 게 아니라 네 책임도 있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 사과는 어쩔 수 없이 하는 사과,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으로 변질되고 만다. 


미안함을 의미하는 'sorry'는 '아픈', '상처'라는 뜻을 지닌 'sore'에서 유래했다. 

그래서일까. 진심 어린 사과에는 '널 아프게 해서 나도 아파'라는 뉘앙스가 스며 있는 듯 하다.

진짜 사과는 아픈 것이다.


이외에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단편들이 많이 있으니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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