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김영사 |
마이클 샌델 교수는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가 되었고 국내에도 꽤 알려진 석학입니다.
그가 2010년 발행한 "정의란 무엇인가?" 란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요.
듣던대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샌델 교수는 정의란 것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고대의 정의론과 근현대의 정의론에 대해서 비교합니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고 가르쳤다고 합니다.
누가 무엇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결정하려면, 어떤 미덕에 영광과 포상을 주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했다고 하네요.
반면 18세기의 이마누엘 칸트부터 20세기의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정치 철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권리를 규정하는 정의의 원칙은 미덕과 최선의 삶에 관한 주관적 견해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 각자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즉, 고대의 정의론은 미덕에서 출발하는 반면 근현대의 정의론은 자유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정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샌델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한다.
다시 말해, 각 개인에게 합당한 몫을 나누어 준다.
책에서는 가격폭리의 옳고 그름, 상이군인 훈장, 구제 금융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재화 분배를 이해하는 세가지 방식을 설명합니다.
행복, 자유, 미덕
이 세가지 이상은 정의를 고민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행복을 극대화하고 자유를 존중하며 미덕을 기르는 행위의 의미, 그리고 그와 관련한 이상이 서로 충돌할 때 의견이 엇갈린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똑같은 가치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올바른 일이기도 하고 그릇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의란 무엇인지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최대 행복 원칙 - 공리주의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영국의 도덕철학자이자 법 개혁가인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에 기반을 둔 행복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공리주의는 도덕의 최고 원칙은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 쾌락이 고통을 넘어서도록 하여 전반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중이라고 합니다.
즉, 옳은 행위는 공리를 극대화하는 모든 행위라는 것이지요.
고등학교시절 사회 책에서 배웠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벤담하면 떠오르네요.
그러나 샌델 교수는 공리주의에 대한 두가지 문제제기를 합니다.
첫째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문제점이구요.
두번째는 공리를 어떻게 측정해서 단일 통화를 바꿀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반박에 대해 공리주의의 후계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계산적인 원칙보다 인간적인 원칙으로 공리주의를 다듬어 발전시키려고 했다고 합니다.
첫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공리를 극대화하되 매순간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랜 세월에 걸쳐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다 보면 인간의 행복이 극대화 될 것이라는 것이죠.
또한 두번째 문제인 공리를 계산하는 단일 통화에 대해서도 고급쾌락과 저급쾌락을 나누어서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샌델 교수는 이러한 공리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밀의 주장은
오히려 공리와 무관한 인간의 존엄성과 개성이라는 도덕적 이상을 강조한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시장과 도덕 - 자유주의
자유와 관련하여 자유지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규제 없는 시장을 옹호하면서 정부 규제에 반대하는데, 그 명분은 경제 효율성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우리들 개인에게는 자유라는 기본권이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권리도 똑같이 존중한다면, 우리 소유물은 우리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자유지상주의는 바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최소한의 간섭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책에서도 미 프로농구 스타인 마이클 조던의 예를 통해 부의 재분배와 같은 이슈에 반발을 하고 있지요.
샌델 교수는 자유지상주의에 대한 여러 반박과 자유지상주의자들의 답변들을 이야기 하고,
안락사나 콩팥 판매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이 사상의 모순점을 이야기 합니다.
이어서 군입대와 관련된 징집과 고용 문제, 그리고 대리 출산 문제를 통해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아이를 출산하는 행위와 전쟁을 수행하는 행위만큼이나 서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행위도 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인도의 대리 출산과 앤드루 카네기가 남북전쟁에서 자기 대신 싸울 군인을 고용한 사례에는 뭔가 공통점이 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를 생각하다 보면, 정의의 개념을 서로 다르게 규정하는 두 가지 질문에 직면한다.
자유 시장에서 우리의 선택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세상에는 시장이 존중하지 않는,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미덕과 고귀한 재화가 과연 존재할까?
여기에서 바로 "순수이성비판"으로 유명한 이마누엘 칸트가 등장합니다.
칸트는 우리는 존중 받아야 하는 존엄성을 지닌 이성적 존재라는 생각에 기초를 두고 이야기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칸트의 사상은 현대의 보편적인 인권 개념과도 일맥 상통하고, 자유에 대한 그의 설명은 정의를 주제로 한 오늘날의 논쟁에서도 자주 등장한다고 하네요.
또한, 칸트는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란 책에서 공리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다고 합니다.
그는 도덕이란 행복 극대화를 비롯한 어떤 목적과도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도덕은 인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고 존중하는 것이다.
칸트에 따르면,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는 그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동기이며, 그것은 특정 종류라야 한다.
중요한 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옳기 때문이라야지, 이면에 숨은 동기 때문이어서는 안된다.
칸트의 도덕 철학을 탐구하기 위해 샌델 교수는 몇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 합니다.
자유로운 성관계와 관련해서 칸트는 전통적이며 보수적인 견해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것은 오로지 성욕을 충족시킬 뿐 상대의 인간성을 존중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자유지상주의의 자기 소유 개념과 정반대로 우리는 자신을 소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자신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인간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재산이 아니다.
칸트와 관련하여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거짓말입니다.
칸트는 거짓말은 부도덕한 행위의 으뜸이라고 말하면서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이경우, 선의에서 하는 소위 말하는 하얀거짓말이 이슈가 됩니다.
하지만 칸트의 도덕 이론에 따르면, 문 앞의 살인자에게든, 프로이센의 검열관에게든, 특정 검사에게든, 진실이지만 오해를 일으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뻔한 거짓말과 달리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즉,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지만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는 발언들은 가능하다는 것이죠.
비슷한 말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회피성 발언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현대 사회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기술이 실제로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느끼면서 상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네요. ^^
드디어 "정의론"으로 잘 알려진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가 나옵니다.
롤스가 생각한 사회계약은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가언합의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실제로 합의라는 것에 대한 도덕적 한계를 이야기 하면서 동시에 평등주의의 한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만약 재능에 따른 또는 노력에 따른 결과마저도 평등해야져야 하는 것과 같은 강제적인 평등에 대해서 롤스는 차등원칙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소득과 부를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타고나 재능을 공동 자산으로 여기고, 그 재능을 활용해 어떤 이익이 생기든 그것을 공유하자는데 사실상 동의한다는 뜻을 내포한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운명을 공유하고 우연히 주어진 선천적이거나 사회적인 환경을 자신을 위해 이용하려면 그 행위가 반드시 공동의 이익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미덕과 공동선 - 좋은 삶
칸트와 롤스의 철학은 좋은 삶에 관한 서로 다른 시각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정의와 권리의 기본을 찾으려는 과감한 시도였다고 합니다.
중립을 강조하는 정의론은 평등주의자나 자유지상주의자에게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아무리 호소력이 있다해도 자유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립니다.
적어도 내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 나는 지금까지 소개한 여러 철학적 주장과 씨름하면서, 그 주장이 공적인 삶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지켜보았다.
그 결과 선택의 자유는 공정한 조건에서 이루어질 경우에도, 정의로운 사회의 기초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게다가 중립적인 정의의 원칙을 찾다 보면 엉뚱한 길로 빠진다는 느낌마저 든다.
본질적인 도덕 문제를 다루지 않고서는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기가 때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를 강제하는 도덕적 의무는 우리 스스로 정한다는 사회계약적 사고방식을 거스르는 여러가지 예를 이야기합니다.
공개 사죄와 보상, 역사적 부당 행위에 대한 집단적 책임, 가족과 시민들 사이에서 느끼는 각별한 책임감, 동료와의 연대, 내 마을 공동체와 국가에 대한 충직, 애국심 등에 대한 것으로 이러한 연대 의식에서는 도덕과 정치를 경험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것을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즉,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죠.
정리하면 공리주의적 이해 방식에는 두가지 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정의와 권리를 원칙이 아닌 계산의 문제로 만든다는 점이고,
둘째는 인간 행위의 가치를 하나의 도량형으로 환산해 획일화하면서 그것들의 질적 차이를 무시한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자유에 기초한 이론들은 첫번째 문제를 해결하지만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즉, 정의로운 사외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고 보는 것이죠.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으례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의견들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샌델 교수의 최종 결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는 좋은 삶을 다 같이 고민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면서
정말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의 집중력을 후반부에는 잃어버리도 했고 다양한 철학 사상들을 모두 이해할 수도 없었구요.
그러나 샌델 교수의 수많은 예를 통해 동일한 문제를 다양한 상황에서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느꼈고,
정의에 대한 개개인의 사상이나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정치, 경제, 사회적인 의견 충돌이 계속 나오는 것이기도 하겠죠.
결국은 좋은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방향이 정의로운 사회라는 말에 약간의 허탈감은 있지만
개인과 공동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의에 대한 철학적인 논쟁은 앞으로도 쭉 계속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사색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빅데이터 비즈니스 - 끊임없이 쏟아지는 거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낼 것인가? (0) | 2012.11.26 |
---|---|
바로잉(Borrowing) -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 (0) | 2012.11.14 |
The big small - 인터넷과 공유경제가 만들어낸 백만 개의 작은 성공 (2) | 2012.10.04 |
대중의 직관 - 유행의 탄생에서 열강의 몰락까지 미래를 예측하는 힘 (0) | 2012.10.02 |
청춘의 고전 - 삐딱한 철학자들의 위험한 영화 보기 (0) | 2012.09.22 |
- Total
- Today
- Yesterday
- XML
- 아이폰
- java
- ms
- 구글
- fingra.ph
- 세미나
- 자바
- 디자인
- 클라우드
- 안드로이드
- 마케팅
- SCORM
- 빅데이터
- HTML
- 모바일
- Hadoop
- 웹
- 책
- 자바스크립트
- mysql
- r
- 통계
- 프로젝트
- 애플
- 맥
- 도서
- 분석
- 하둡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